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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도루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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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에 조강지처(糟糠之妻), 기자감식(飢者甘食)이란 말이 있다. ‘조강지처’는 가난하여 술지게미와 쌀겨를 함께 먹은 아내 즉, 곤궁할 때 고난을 겪으며 함께 살아온 본처를 가리킨다.(後漢書) 또 ‘기자감식’은 ‘시장이 반찬’이란 뜻이다. 그 구체적 사례가 바로 도루묵 이야기다. 

변소에 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진다는 말도 같은 부류이다. 급한 마음에 해우소(解憂所/변소)를 찾을 땐 다급하니까 무슨 약속이라도 하겠지만 일단 근심 걱정을 해결한 다음엔 본전 생각이 나서 변경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경우를 가리킨다. ‘도루묵’이란 말은 조선 시대 1647년(인조 25년)때 사용된 말이니 약 379년 전이다. 

임진왜란 당시 피란길에 오른 선조가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다. 하도 맛있게 먹고 나서 생선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 했다. 맛에 비해 이름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즉석에서 ‘은어(銀魚)’로 고쳐 부르게 했다. 그런데 왜란이 끝나고 궁궐로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가져오라 하여 먹어보니 전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허기가 졌을 때 먹던 음식 맛과 산해진미가 가득한 궁궐에서 먹는 맛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맛에 실망한 선조가 ‘도로‘묵’이라 불러라’고 명해서 다시 ‘묵’으로 환원됐다. 


잠시나마 은어(銀魚)였던 이 고기는 다시 묵으로(도로묵) 격하되고 말았다. 전해 오는 과정에서 음이 변해 ‘도로묵-도루묵’이 되었다. 이것은 민간어원설이고 실제 ‘도루묵’이란 어휘는 선조 때 이식(李植/1584-1647)의 詩에 나온다. 정조 때 이의봉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과 조선 말기에 조재삼(1808-1866)이 지은 <송남잡지>(松南雜識)에 등장한다. 이식이 쓴 ‘도루묵’/환목어(還目魚)이란 시를 함께 읽어보자.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대로 괜찮았지//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기리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물고기 한 마리의 영욕에 대한 글이지만 賢愚不在己(현우부재기), 貴賤各乘時(귀천각승시), 名稱是外飾 (명칭시외식), 委棄非汝疵 (위기비여자)란 언급에서는 심오한 인생철학과 사회현상을 깨닫게 된다. 


도루묵은 조선 시대까지는 그다지 많이 잡히지 않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낮았다. 광복 후에도 강원도 이남의 동해안 지방에서만 잡혔다. 

바닷물고기인 도루묵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민물고기 은어(銀魚)와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다. 

도루묵은 바닷고기로 도로묵, 도로무기, 돌목어라고 하며 학명은 Arctos-copus japonicus, S이다. 

몸길이는 25-26cm정도로 몸이 가늘고 길며 측면이 편편하다. 뒷지느러미가 배에서 꼬리 가까이 길게 발달했고 등에는 무늬가 일정치 않은 황갈색의 무늬가 있다. 옆구리와 배는 흰색인데 옆줄과 비늘이 없다. 동해안의 중부이북에 많으며 평상시에는 수심 100-400m의 해저 모래진 흙에 서식하나 산란기인 초겨울이 되면 물이 얕고 해조류가 무성한 곳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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