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스스로 반응한다”… 파킨슨병 ‘적응형 뇌자극기’ FDA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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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크레브힐이 헬렌 브론테-스튜어트 박사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그는 적응형 뇌심부자극기(aDBS)를 이식받은 후 손 떨림이 “거의 즉시” 사라졌다고 말했다. ⓒ Todd Holland/Stanford Medicine

미국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적응형 뇌심부자극술(aDBS)’ 기기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기기는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한 순간에만 전기 자극을 보내는 차세대 장치로,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한 기술로 평가된다.
스탠퍼드대 경영·정치학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해온 키스 크레브힐(Keith Krehbiel)은 1997년 42세의 나이에 조기 발병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파킨슨병은 신경계 운동 조절 기능이 점차 악화되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 미국 내에서는 약 11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크레브힐은 “달리기를 하던 중 왼쪽 팔이 오른쪽보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며 “부엌에서 일을 하다 새끼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진단 이후 그는 달리기와 자전거, 볼링 등을 지속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약물 치료의 도움으로 한동안 증상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 감각 저하와 잦은 낙상, 신경계 둔화, 약물 부작용에 따른 뇌 혼탁감과 만성 구역감 등이 심해졌다. 그는 “숨 쉬는 것, 심장 박동, 모든 것이 느려진다”며 “일어설 때 어지러움을 대비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제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최초 환자로 적응형 뇌심부자극기(aDBS)를 이식받았다. 이 장치는 뇌의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할 때만 정밀한 전기 자극을 보내는 일종의 ‘뇌용 심박조율기’다.
기존의 뇌심부자극술(DBS)은 지난 20여 년간 수만 명의 환자에게 시행돼 왔다. 가느다란 전극을 뇌에 삽입해 일정한 전기 자극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장치는 24시간 동일한 자극을 보내는 ‘일괄적(one-size-fits-all)’ 방식이어서 조절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적응형 장치는 환자의 뇌 신호를 분석해 자극 강도와 시점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이끈 스탠퍼드 의대 신경학 교수 헬렌 브론테-스튜어트(Dr. Helen Bronte-Stewart)는 “과거 장치가 다소 둔탁한 도구였다면, 이제는 뇌의 리듬을 ‘듣고’ 반응하는 정밀 기술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2025년 2월 FDA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Medtronic)이 개발한 ‘BrainSense aDBS’는 타임지 ‘2025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브론테-스튜어트 교수는 “이 기술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방향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과학이 혁신을 이끌고, 기술이 이를 따라잡으며, 충분한 근거가 쌓이면 규제가 승인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춤과 같다”고 말했다.

크레브힐은 2020년 여름 장치를 이식받은 이후 손 떨림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약물 복용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뇌 혼탁감이 개선됐고, 인지 기능이 한층 또렷해졌다고 했다. 그는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며 “손 떨림이 거의 사라진 것은 물론,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세 명의 손주를 보며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보행 문제와 낙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파킨슨병의 가장 힘든 부분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완치 치료는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증상 관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가 ‘일괄 자극’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 자극’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기대가 크다.
브론테-스튜어트 교수는 “환자들이 말하길, 이 장치를 켜면 병이 최소 5년은 되돌아간 것 같다고 한다”며 “연구의 결실이 실제 환자 삶을 바꾸는 순간을 보는 것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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