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가 말하는 AI 시대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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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캡처
“인터넷이 당신의 미래가 될 것이다. 저항은 소용없다.”
이 말은 52년 전 ‘인터넷’을 설계하며 기술 혁명의 물꼬를 텄던 한 남자의 선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인공지능(AI)이 인터넷만큼이나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 순간, 구글의 ‘수석 인터넷 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 빈트 서프(Vint Cerf) 부사장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넥스트 2025’ 현장에서 마주한 서프 부사장은, 여전히 명료한 언어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지닌 기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가 설계한 TCP/IP는 오늘날의 모든 디지털 연결의 초석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AI라는 ‘두 번째 물결’을 조용히 관찰하며, 그 흐름의 본질을 짚는다.
“AI는 놀랍지만, 너무 믿지 마라”
서프 부사장은 인공지능을 두고 “컴퓨터가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일들을 해내고 있다”며 감탄을 금치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믿지 말라”고 단언했다. LLM(대규모 언어모델)은 실제로 틀린 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가 듣고 보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는 현재 AI 연구의 핵심 흐름 중 하나로 ‘스파스 코딩(Sparse Coding)’을 꼽는다. 뉴런들이 프롬프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AI 시대의 TCP/IP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하나의 규약(TCP/IP)으로 전 세계를 연결했듯, AI 에이전트들도 이제 ‘공통 언어’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서프 부사장은 이를 AI 에이전트 간의 형식적인 교환 언어라고 표현했다.
“자연어만으로 소통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에이전트끼리도 실수하지 않기 위한 형식 언어가 필요합니다.”
이미 앤스로픽의 MCP(Model Context Protocol), 구글 클라우드의 A2A(Agent to Agent)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AI 간 ‘대화’는 하나의 인터넷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반짝였다.
“경쟁보다 공유가 파이를 키운다”
각국이 AI 패권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서프 부사장은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경쟁은 발전을 늦춘다”고 말하는 그는, 스위스 CERN의 사례를 언급했다.
“100개국이 모여 강입자 가속기를 운영합니다. 과학은 공유를 통해 발전해 왔어요.”
그의 조언은 단순하다. 좋은 데이터를 모으고, 개방적인 정보 문화를 조성하라는 것. 폐쇄적인 경쟁은 결국 모두의 진보를 늦춘다.
“AI의 미래? 작고 똑똑한 모델”
서프 부사장은 “앞으로는 연산 자원이 적게 드는 작은 모델이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중국의 딥시크가 대형 모델에서 소형 모델을 증류(distill)해 훈련한 방식은 “효율적이며 똑똑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도 처음엔 작고 느렸지만, 지금은 모든 것의 기반이 됐습니다. AI도 그렇게 진화할 겁니다.”
평생 학습은 선택이 아닌 ‘전제 조건’
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1965년부터 80대가 된 지금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4년만으로는 50년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계속 배워야 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AI 기술보다 더 본질적인 방향을 가리킨다. 변화하는 시대의 항해자라면, 당신의 손에는 AI보다 앞서 ‘배움’이라는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이 그랬듯, AI도 당신의 미래가 될 겁니다. 저항은, 소용없어요.”
지금 우리는 기술의 두 번째 물결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물결을 가장 먼저 탄 이가, 여전히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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